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하코다테산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말 그대로 전설이다. 그런데 실은 이 야경 하나로 도시가 먹고사는 구조라면 믿을까? 홋카이도 남단에 위치한 하코다테시는 인구 24만명의 중소도시. 눈 덮인 항구도시의 낭만은 물론 바다와 도시 불빛이 양 옆으로 펼쳐지는 마법 같은 전경으로, 1년에 수십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그 중심엔 로프웨이가 있다. 그저 케이블카 하나지만, 이걸 타야만 감상할 수 있는 시점 덕분에 하코다테시는 이른바 '야경 독점 경제'를 구축한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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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3대 야경이라고 불리는 하코다테산의 야경 ⓒ 김경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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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프웨이 하나로 만든 프리미엄 뷰
하코다테 로프웨이는 1958년 개통 당시부터 지역 경제를 견인해온 존재다. 해발 334m의 하코다테산 정상까지 단 3분 만에 오르는 이 로프웨이는 야경을 보기 위한 가장 빠르고,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다. 물론 차로도 올라갈 수는 있지만 겨울철 눈이 쌓이면 도로가 폐쇄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구나, 언제나, 안전하게 '야경을 판다'는 점에서 로프웨이는 도시의 보물이다.
이 로프웨이 정상 전망대에서 보이는 도시 야경은 마치 보석을 흩뿌린 듯한 모양이다. 가운데 좁은 지협을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도시가 펼쳐지는 구조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얼핏 보면 한반도 모양 같기도 하다. 실제로 야경 마니아들 사이에선 하코다테 야경은 단순한 관광이 아닌 필참 성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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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산 야경을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선 일몰 몇시간 전부터 자리를 선점해야 한다 ⓒ 김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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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는 어떻게 야경을 팔았나
하코다테는 원래 일본 최초의 개항지 중 하나로, 외국 문화가 빠르게 유입됐던 도시다. 개항 이후 서구식 건축물, 교회, 창고 등이 도시 전역에 들어섰고, 지금도 이를 기반으로 한 관광이 활성화돼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함께 지역 경제가 위축되면서 시는 야경을 하나의 브랜드로 삼기로 했다.
2003년에는 공식적으로 '세계 3대 야경'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도시 마케팅을 시작했고, 이후 하코다테산 로프웨이와 전망대 시설은 매년 리뉴얼되며 관광의 중심축이 됐다.
현재 로프웨이 이용료는 왕복 약 2000엔선. 전망대엔 레스토랑, 기념품숍, 미니 전시공간도 있어 경치만 보고 끝이 아닌,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밤이 되면 관광객들로 북적이며, 인스타그램에 하코다테 야경이 도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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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코다테에서 가장 '힙'한 아카렌카 창고. 그 너머로 하코다테산 전망대와 로프웨이가 보인다 ⓒ 김경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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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렌카 창고 쇼핑몰
야경이 밤의 얼굴이라면, 낮의 하코다테를 대표하는 곳은 단연 '아카렌카 창고군'이다. 이 창고들은 메이지 시대, 하코다테 항이 북태평양 무역의 중심지였던 시절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들로, 당시 일본이 서구와의 교역을 위해 설립한 보세창고였다.
지금은 이 공간들이 감각적인 쇼핑몰과 카페, 로컬 브랜드 매장, 갤러리 등으로 리노베이션되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든다. 하코다테의 로컬 맥주 브랜드가 이곳에서 제조되고 있고, 직접 시음도 가능하다. 특히 겨울철엔 벽돌 외벽과 눈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압도적이다. 일본식 카이세키부터 서양식 퓨전 요리까지 다양한 맛집도 포진해 있어 하루를 보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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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하코다테는 근대와 낭만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다. 하코다테산에서 야경을 내려다본 뒤, 내려와 아카렌카 창고군에서 쇼핑과 식사를 하고, 그 길로 구(舊) 공회당이나 러시아 정교회 성당 같은 건축물까지 둘러보면 하루가 꽉 찬다.
그리고 이 모든 코스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시내 노면 전차라는 점도 하코다테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아날로그 감성에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는 순간들.
마치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 세트처럼 구성돼 있는 느낌. 그러나 이 낭만 뒤엔 도시가 얼마나 치열하게 볼거리를 기획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왔는지를 보면, 하코다테의 콘텐츠 전략은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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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코다테는 왜 '끝'이 아닌 '시작'인가
하코다테는 일본 열도의 끝자락, 혼슈에서 신칸센을 타고 마지막으로 닿는 종착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곳을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하는 여행자가 많다. 그건 아마도 도시 곳곳에 흐르는 열림의 감각 때문이다. 개항의 도시로서 서구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고, 아시아와 유럽의 교차점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 거리엔 러시아 성당과 메이지 양식의 목조건물이 나란히 서 있고, 상점에서는 홋카이도산 해산물과 프랑스풍 디저트가 함께 팔린다. 도시를 걷다 보면 마치 일본이 아니라는 착각마저 든다. 이국적인 감각과 원형 그대로 보존된 근대 건축들이 주는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는다. 그러니 이곳은 일본의 끝이 아니라 어쩌면 '일본 너머'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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